[샌드박스 혁신 리포트] ‘효율’과 ‘안전’ 모두 들어올린 ‘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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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빅픽쳐스 댓글 0건 조회 6,841회 작성일 23-11-01 13:56본문
건설기계용 VR 시뮬레이터 자체 개발…규제 샌드박스 거쳐 단숨에 법령 개정까지
[일요신문] 교육생이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를 쓴 채로 버튼을 누르고 기어를 움직인다. 화면에 뜬 가상현실 속 포클레인이 정확한 위치를 조준해 흙을 퍼 담아 나른다. 빅픽쳐스가 만든 VR 실습교육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빅픽쳐스는 건설기계용 VR 실습교육 시뮬레이터를 자체 개발해 시장에 보급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법령 개정까지 마무리한 현재는 국내 약 55개 기관에서 빅픽쳐스의 VR시뮬레이터를 운용하고 있다.
건설기계 VR 시뮬레이터의 조작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빅픽쳐스의 한 직원. 사진=최준필 기자#99% 합격률의 배경
기계설계과를 전공한 김종민 빅픽쳐스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몸 담았던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업과 군의 전투장갑차 컴퓨터 베이스 트레이닝(CBT) 업무 등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종민 대표는 “고가의 장갑차 한 대당 800명의 군인이 달라붙어 교육을 받으니 제대로 훈련이 될 리가 없었다.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 당시의 경험을 살려 가상공간을 이용해 실습교육을 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작 창업을 한 건 군을 나와서였다. 2015년 당시 창업 아이템을 찾던 김종민 대표는 건설장비 교육환경이 군대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설장비 한 대당 가격이 약 2억 원에 육박하는 데다가 장비 운영을 위해서는 약 600제곱미터의 공간이 따로 필요했다. 건설장비 교육기관 대부분이 이 조건을 충분히 갖춰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비만을 운용했다. 교육생들이 한 달 동안 학원에 다녀도 장비를 실습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일 때도 있었다.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습에 가장 적합한 VR 시뮬레이터 개발에 착수한 계기였다.
특히 건설기계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많은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종민 대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산업사망사고가 제일 많은 국가군에 속한다. 특히 업무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초급 조종사들이 겪는 사망사고 중 98%가 건설기계 조종 미숙으로 인해 생긴다”고 말했다.
처음 건설기계 운전기능사 시험을 보는 학생이 단번에 합격할 확률은 4% 내외다. 같은 학생이 5번까지 시험을 보면서 장비를 다루는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합격률이 46%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김종민 대표가 개발한 시뮬레이터로 하루에 8시간씩 규정된 교육 시간을 채운 테스트그룹 학생들은 99%가 한 번에 자격증을 땄다. 김 대표는 “장비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채워줬기 때문에 그렇다. 초급단계까지는 반복숙달이 진짜 중요한데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실장비 못지 않은 교육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 VR 시뮬레이터 1대 당 가격은 1980만 원이다. 실제 장비 가격의 10~20% 수준이다. 김종민 대표는 “항공장비 시뮬레이터는 대당 가격이 15억 원이다. 소수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필요한 장비지만 저희는 소수가 아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대전지식산업센터 410호에서 건설기계 운용교육 VR 시뮬레이터 제작업체 빅픽쳐스의 김종민 대표가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준필 기자#사장될 위기, 규제 샌드박스가 살렸다
김종민 대표는 2015년부터 1년 반의 개발기간과 다시 1년 반 동안 테스트베드(실증사업)를 거쳤다. 이제 시장에 들어갈 타이밍이라는 계산이 섰다. 김 대표는 “2018년도에 ‘이제 파는 일만 남았어’ 하고 딱 시장에 나갔다. 그런데 각 교육기관에 배정된 지원금을 이용하려고 봤더니 VR 시뮬레이터를 구입할 때는 지원금을 쓸 수 없다며 구매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나라에서 고시한 장비가 아니면 교육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겨우 개발을 끝낸 VR 시뮬레이터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설마 규제가 있으리라고 미처 생각 못 하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 점이 패착이었다. 그 후 1년 동안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종민 대표는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다 2019년에 규제 샌드박스가 공식적으로 뜬 거다”라고 말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교육부의 각 부처에서 살펴보느라 검토 기간만 6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후의 진행 속도는 이례적으로 빨랐다. 내부검토가 끝난 직후 빅픽쳐스는 2019년 8월 1일 특례승인 기업으로 지정됐고 5개월 만인 2020년 1월 1일 법령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말 그대로 순풍을 탄 듯했다. 김종민 대표는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이 주효했다. 저희가 다른 사람 몫의 시장을 빼앗아오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빅픽쳐스와 교육기관, 소비자가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윈’ 형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규제 완화 이후의 후속지원까지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 김종민 대표는 “아무리 법령이 개정됐다고 해도 신사업은 지원 절차가 없으면 사업화가 힘들다. 시뮬레이터 등을 구입하고 운영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들을 초기에는 감당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후속 지원방안 마련까지 고민하면 스타트업들이 더 견고하게 사업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6조 규모의 시장 열릴 것"
건설장비를 다루는 방법은 브랜드별로 다 다르다. 그런데 빅픽쳐스의 VR 시뮬레이터는 각 브랜드별 특징을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종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빅픽쳐스는 27종의 건설기계 중 7종의 중장비를 브랜드별로 학습이 가능한 상태로 구축한 상태다. 빅픽쳐스의 학습 시스템에는 기중기나 불도저를 포함해 심지어 국내에서 교육이 어려운 타워크레인까지 포함돼 있다.
빅픽쳐스는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기업으로 지정된 2019년도 말부터 매출을 내고 있다. 2021년도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177%에 달한다. 김종민 대표는 “올해도 매출 성장률은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매출액 규모가 작다. 그렇지만 향후 건설기계 쪽 VR시뮬레이터 시장의 규모만 6조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저희는 이 중 15% 정도만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김종민 대표는 “건설기계 교육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연계해서 장비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되면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엄청 많아진다. 이 경우 시뮬레이터 제조사업자들의 시장도 같이 열린다. 빅픽쳐스의 사업화가 이 시장에서 다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 구축하는 데 기여한 셈이라 나름대로 뿌듯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을 안정화한 후에는 해외로 시선을 돌릴 방침이다. 특히 빅픽쳐스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김종민 대표는 “동남아시아 쪽에는 아직 건설기계 조종 교육기관이 없다. 이제 현지에서 막 학원이 생기려는 타이밍인데 저희는 정부 관리 하에 구축한 실증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건설기계 VR 시뮬레이터의 조작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빅픽쳐스의 한 직원. 사진=최준필 기자#99% 합격률의 배경
기계설계과를 전공한 김종민 빅픽쳐스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몸 담았던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업과 군의 전투장갑차 컴퓨터 베이스 트레이닝(CBT) 업무 등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종민 대표는 “고가의 장갑차 한 대당 800명의 군인이 달라붙어 교육을 받으니 제대로 훈련이 될 리가 없었다.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 당시의 경험을 살려 가상공간을 이용해 실습교육을 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작 창업을 한 건 군을 나와서였다. 2015년 당시 창업 아이템을 찾던 김종민 대표는 건설장비 교육환경이 군대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설장비 한 대당 가격이 약 2억 원에 육박하는 데다가 장비 운영을 위해서는 약 600제곱미터의 공간이 따로 필요했다. 건설장비 교육기관 대부분이 이 조건을 충분히 갖춰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비만을 운용했다. 교육생들이 한 달 동안 학원에 다녀도 장비를 실습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일 때도 있었다.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습에 가장 적합한 VR 시뮬레이터 개발에 착수한 계기였다.
특히 건설기계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많은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종민 대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산업사망사고가 제일 많은 국가군에 속한다. 특히 업무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초급 조종사들이 겪는 사망사고 중 98%가 건설기계 조종 미숙으로 인해 생긴다”고 말했다.
처음 건설기계 운전기능사 시험을 보는 학생이 단번에 합격할 확률은 4% 내외다. 같은 학생이 5번까지 시험을 보면서 장비를 다루는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합격률이 46%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김종민 대표가 개발한 시뮬레이터로 하루에 8시간씩 규정된 교육 시간을 채운 테스트그룹 학생들은 99%가 한 번에 자격증을 땄다. 김 대표는 “장비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채워줬기 때문에 그렇다. 초급단계까지는 반복숙달이 진짜 중요한데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실장비 못지 않은 교육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 VR 시뮬레이터 1대 당 가격은 1980만 원이다. 실제 장비 가격의 10~20% 수준이다. 김종민 대표는 “항공장비 시뮬레이터는 대당 가격이 15억 원이다. 소수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필요한 장비지만 저희는 소수가 아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대전지식산업센터 410호에서 건설기계 운용교육 VR 시뮬레이터 제작업체 빅픽쳐스의 김종민 대표가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준필 기자#사장될 위기, 규제 샌드박스가 살렸다
김종민 대표는 2015년부터 1년 반의 개발기간과 다시 1년 반 동안 테스트베드(실증사업)를 거쳤다. 이제 시장에 들어갈 타이밍이라는 계산이 섰다. 김 대표는 “2018년도에 ‘이제 파는 일만 남았어’ 하고 딱 시장에 나갔다. 그런데 각 교육기관에 배정된 지원금을 이용하려고 봤더니 VR 시뮬레이터를 구입할 때는 지원금을 쓸 수 없다며 구매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나라에서 고시한 장비가 아니면 교육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겨우 개발을 끝낸 VR 시뮬레이터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설마 규제가 있으리라고 미처 생각 못 하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 점이 패착이었다. 그 후 1년 동안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종민 대표는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다 2019년에 규제 샌드박스가 공식적으로 뜬 거다”라고 말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교육부의 각 부처에서 살펴보느라 검토 기간만 6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후의 진행 속도는 이례적으로 빨랐다. 내부검토가 끝난 직후 빅픽쳐스는 2019년 8월 1일 특례승인 기업으로 지정됐고 5개월 만인 2020년 1월 1일 법령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말 그대로 순풍을 탄 듯했다. 김종민 대표는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이 주효했다. 저희가 다른 사람 몫의 시장을 빼앗아오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빅픽쳐스와 교육기관, 소비자가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윈’ 형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규제 완화 이후의 후속지원까지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 김종민 대표는 “아무리 법령이 개정됐다고 해도 신사업은 지원 절차가 없으면 사업화가 힘들다. 시뮬레이터 등을 구입하고 운영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들을 초기에는 감당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후속 지원방안 마련까지 고민하면 스타트업들이 더 견고하게 사업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6조 규모의 시장 열릴 것"
건설장비를 다루는 방법은 브랜드별로 다 다르다. 그런데 빅픽쳐스의 VR 시뮬레이터는 각 브랜드별 특징을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종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빅픽쳐스는 27종의 건설기계 중 7종의 중장비를 브랜드별로 학습이 가능한 상태로 구축한 상태다. 빅픽쳐스의 학습 시스템에는 기중기나 불도저를 포함해 심지어 국내에서 교육이 어려운 타워크레인까지 포함돼 있다.
빅픽쳐스는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기업으로 지정된 2019년도 말부터 매출을 내고 있다. 2021년도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177%에 달한다. 김종민 대표는 “올해도 매출 성장률은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매출액 규모가 작다. 그렇지만 향후 건설기계 쪽 VR시뮬레이터 시장의 규모만 6조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저희는 이 중 15% 정도만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김종민 대표는 “건설기계 교육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연계해서 장비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되면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엄청 많아진다. 이 경우 시뮬레이터 제조사업자들의 시장도 같이 열린다. 빅픽쳐스의 사업화가 이 시장에서 다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 구축하는 데 기여한 셈이라 나름대로 뿌듯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을 안정화한 후에는 해외로 시선을 돌릴 방침이다. 특히 빅픽쳐스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김종민 대표는 “동남아시아 쪽에는 아직 건설기계 조종 교육기관이 없다. 이제 현지에서 막 학원이 생기려는 타이밍인데 저희는 정부 관리 하에 구축한 실증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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